승진을 거부하는 사람들, 언보싱(Unbossing)이란? 왜 관리자가 되기 싫어할까?

승진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직장인에게 승진은 오랫동안 가장 확실한 보상 중 하나였습니다. 대리에서 과장으로, 과장에서 차장으로, 그리고 부장과 임원으로 올라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커리어 과정으로 여겨졌습니다.

직급이 올라가면 연봉이 오르고 회사에서 인정받았다는 의미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조금 다른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승진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팀장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 업무가 좋은데 굳이 관리자가 되어야 하나요?”

이처럼 승진을 일부러 피하거나 관리직으로 올라가는 것을 거부하는 직장인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를 가리키는 대표적인 표현이 바로 언보싱(Unbossing)입니다.

승진을 거부하는 사람들, 언보싱(Unbossing)이란? 왜 관리자가 되기 싫어할까?

정확하게는 의도적 언보싱(Conscious Unbossing)이라고 부릅니다. 관리자가 되는 것을 피하고 현재 직무를 유지하려는 선택을 뜻합니다.

과거에는 승진하지 못한 사람을 ‘승진에서 밀린 사람’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승진할 기회가 있는데도 본인이 선택적으로 거절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직장인들은 승진을 거부하기 시작한 것일까요?

언보싱(Unbossing)이란 무엇인가?

언보싱은 말 그대로 기존의 관리자 중심 커리어 경로에서 벗어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특히 직장에서 중간관리자가 되는 것을 의도적으로 피하거나 승진을 늦추는 현상을 설명할 때 ‘의도적 언보싱’이라는 표현이 사용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일을 하기 싫어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개발자가 개발 업무를 계속하고 싶어서 팀장 승진을 거절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마케팅 담당자가 사람을 관리하는 것보다 직접 캠페인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연구원이나 디자이너 역시 관리자보다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실력을 쌓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승진을 거부한다고 해서 회사에 대한 의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관리자가 되는 것과 자신의 커리어를 발전시키는 것을 같은 의미로 보지 않는 것입니다.

최근 언보싱이라는 말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승진을 거부하는 사람들 , 왜 승진을 거부하나?

승진을 거부하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하지만 한국 직장생활에서 특히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1. 연봉보다 책임과 스트레스가 더 많이 늘어나기 때문

직원 입장에서 가장 먼저 생각하게 되는 부분입니다.

승진하면 연봉이 올라가지만 그만큼 업무와 책임도 커집니다.

특히 팀장이나 부서장 같은 관리자가 되면 자신의 업무만 잘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팀원들의 업무를 관리하고 일정과 성과를 챙겨야 합니다. 문제가 발생하면 팀장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인사평가와 팀원 간 갈등, 업무 배분, 상사의 지시와 팀원의 요구 사이에서 조율해야 하는 일도 생깁니다.

결국 실무자로 일할 때와 관리자로 일할 때 필요한 능력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래서 일부 직장인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연봉이 조금 올라가는 대신 책임과 스트레스가 크게 늘어난다면 굳이 승진할 필요가 있을까?”

실제로 국내에서 언보싱이 소개될 때도 중간관리자의 업무 부담과 스트레스에 비해 보상이 충분하지 않다는 인식이 주요 이유로 언급됐습니다.

2. 관리자가 되면 워라밸이 무너질 수 있어서

승진을 고민하는 직장인에게 워라밸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입니다.

실무자일 때는 퇴근 후 회사 일을 어느 정도 분리할 수 있지만 관리자가 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팀원이 갑자기 퇴사하거나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기거나 중요한 장애가 발생하면 팀장에게 연락이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IT, 금융, 제조, 유통 등 업무 특성상 긴급 대응이 필요한 업종에서는 관리자의 책임 범위가 넓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경험하거나 주변에서 지켜본 사람이라면 승진을 단순한 ‘연봉 상승’으로만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돈을 더 받는 대신 개인 시간을 포기해야 한다면 현재 직급을 유지하겠다는 선택을 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최근 언보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일과 삶의 균형, 개인의 시간과 유연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함께 언급되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3. 사람을 관리하는 일이 적성에 맞지 않아서

모든 사람이 좋은 관리자가 되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실무를 잘하는 사람과 사람을 잘 관리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능력도 다릅니다.

예를 들어 뛰어난 개발자가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개발 실력은 매우 뛰어나지만 사람을 평가하고 업무를 배분하거나 회의를 진행하는 것에는 큰 흥미가 없을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에게 팀장 승진은 ‘성장’이 아니라 전혀 다른 직업으로의 전환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특히 팀원이 많아질수록 직접 일을 하는 시간보다 회의와 보고, 조율에 사용하는 시간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전문가로 계속 성장하고 싶은 사람에게 관리직 승진이 반드시 매력적인 선택은 아닌 것입니다.

4. 실무를 계속하는 것이 더 재미있어서

직장생활의 목표가 반드시 높은 직급일 필요는 없습니다.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하고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개발자는 더 좋은 개발자가 되고 싶을 수 있고, 디자이너는 더 뛰어난 디자인 역량을 갖추고 싶을 수 있습니다.

영업직이라면 더 큰 고객을 담당하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에게 팀장이 되는 것은 자신의 전문성을 키우는 과정과는 다른 방향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조직에서도 관리자 트랙과 전문가 트랙을 나누는 방식이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승진하지 않으면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는 구조에서는 회사가 유능한 실무자를 관리직으로 밀어 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전문가로 성장하면서 보상받을 수 있는 경로가 있다면 꼭 팀장이 되지 않아도 장기적으로 회사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5. 책임은 커지는데 권한은 부족할 수 있어서

한국 회사에서 관리자가 되는 것을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또 다른 이유는 책임과 권한의 불균형입니다.

팀장에게 성과 책임은 주어지는데 실제로 인력이나 예산을 결정할 권한은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팀원이 부족해도 충원을 결정할 수 없고, 일정이 비현실적이어도 프로젝트를 중단하기 어렵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결국 팀장이 설명해야 합니다.

직장인 입장에서는 이런 관리직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면서 “나도 저 자리에 가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게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언보싱을 단순히 ‘책임지기 싫어하는 세대’의 현상으로만 보는 것은 충분하지 않습니다.

관리자에게 실제로 어떤 권한과 보상이 주어지는지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6. 승진이 반드시 안정적인 미래를 보장하지 않아서

과거에는 직급이 높아질수록 회사에서 오래 일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기업의 조직 개편과 인력 구조가 빠르게 바뀌면서 높은 직급 자체가 안정적인 미래를 보장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관리자가 되면 실무 능력뿐만 아니라 조직관리와 성과에 대한 책임까지 함께 요구됩니다.

반대로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직원은 직급과 관계없이 자신의 기술이나 경험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유지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변화 역시 직장인들이 ‘무조건 승진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는 배경 가운데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젊은 직장인뿐 아니라 40~50대 직장인까지 승진이나 관리직을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현상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다만 세대마다 그 이유는 다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언보싱은 MZ세대만의 현상일까?

언보싱을 이야기할 때 흔히 Z세대 이야기가 함께 등장합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Z세대를 중심으로 관리자 승진을 피하고 워라밸이나 개인적인 성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현상이 언보싱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됐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승진을 고민하는 이유를 모두 세대 차이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40대나 50대 직장인에게는 조직개편이나 고용 안정성, 정년까지의 커리어 등이 더 중요한 이유가 될 수 있고, 20~30대에게는 개인 시간이나 전문성, 직무 만족도가 더 중요한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나이가 아니라 그 사람이 승진을 통해 얻는 것과 잃는 것이 무엇인지입니다.

같은 팀에서도 한 사람은 팀장이 되고 싶어 하고, 다른 사람은 현재 직무를 계속하고 싶어 할 수 있습니다.

둘 중 어느 쪽이 반드시 옳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승진을 거부하는 사람들에게 회사는 불이익을 줄까?

여기서 많은 직장인이 궁금해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승진을 거부하면 회사에서 나를 좋지 않게 평가하지 않을까?”

이 부분은 회사의 인사제도와 취업규칙, 단체협약, 직급체계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모든 기업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답을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회사가 특정 직급 승진을 어떤 방식으로 운영하는지에 따라 실제 상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승진 제안을 받았다면 단순히 승진 여부만 볼 것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부분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연봉은 얼마나 달라지는지, 업무 범위는 어디까지 늘어나는지, 평가 책임은 무엇인지, 근무시간과 워라밸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관리자가 되었을 때 실제 권한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것입니다.

승진이라는 두 글자만 보고 판단하기보다는 승진 후의 실제 업무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회사 입장에서 언보싱이 문제가 되는 이유

직원이 승진을 거부하는 것은 개인의 선택일 수 있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관리자 부족입니다.

팀장이나 중간관리자가 될 사람이 계속 줄어들면 조직의 인력 구조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기존 관리자가 퇴사했을 때 후임자를 찾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중간관리자는 경영진의 전략을 실무자에게 전달하고, 반대로 현장의 문제를 경영진에게 전달하는 역할도 합니다.

따라서 관리자를 맡으려는 사람이 부족해지면 특정 관리자에게 업무가 집중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2026년 국내외에서도 중간관리자 부족과 관리직 기피에 대한 우려가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회사는 승진하지 않아도 성장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야 할까?

언보싱 현상이 커지면서 기업의 인사제도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관리자와 전문가의 경력 경로를 분리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관리자가 되지 않아도 수석 개발자, 전문위원, 시니어 엔지니어 등으로 성장하면서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하면 실무 능력이 뛰어난 직원에게 무조건 팀장 역할을 맡길 필요가 없습니다.

직원 역시 자신이 잘하는 분야를 계속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결국 회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왜 직원들이 승진을 싫어할까?’만은 아닙니다.

‘왜 우리 회사에서 관리자가 되는 것이 부담스러운 선택이 되었을까?’라는 질문도 필요합니다.

관리자가 되면 급여는 얼마나 늘어나는지, 업무와 책임은 얼마나 증가하는지, 의사결정 권한은 충분한지, 팀원 관리에 필요한 지원은 제공되는지 등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승진은 성공의 유일한 기준이 아니다

과거의 직장생활에서는 승진이 곧 성공이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대리보다 과장이 낫고, 과장보다 차장이 낫고, 차장보다 부장이 낫다는 식으로 커리어를 직선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직장인이 원하는 커리어가 모두 같을 수는 없습니다.

누군가는 임원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할 수 있고, 누군가는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할 수 있습니다. 또 누군가는 일정한 소득을 유지하면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언보싱은 이런 변화 속에서 등장한 하나의 직장문화 현상입니다.

승진을 거부한다는 것은 반드시 일을 하기 싫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관리자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커리어를 이어가겠다는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승진을 거부하는 것이 모든 사람에게 좋은 선택이라는 의미도 아닙니다.

관리직에서 얻을 수 있는 경험과 권한, 연봉 상승, 조직을 이끄는 경험 역시 분명한 가치가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상황에 맞는 선택입니다.

언보싱이 보여주는 직장생활의 변화

저도 오랫동안 관리자로 일하면서 관리직의 책임감과 엄무 과중함을 절실히 느끼고 있는데요. 이것이 용어가 생길정도로 거부감이 있는것일줄은 생각지 못해 놀라웠습니다.

이런 말이 생기는것은 단순히 ‘승진하기 싫은 사람이 늘었다’는 이야기 때문만은 아닐것입니다.

더 중요한 변화는 직장인이 생각하는 성공의 기준이 하나가 아니게 됐다는 점입니다. 높은 직급과 높은 연봉을 목표로 하는 사람도 있지만, 자신의 전문성을 높이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워라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조직을 이끄는 리더가 되고 싶은 사람도 있습니다.

회사의 입장에서도 모든 직원에게 똑같은 커리어를 요구하기보다는 관리직과 전문가 직군이 각각 성장할 수 있는 경로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승진 제안을 받은 직원 역시 단순히 “승진할까, 말까”만 고민하기보다 승진 후 무엇이 달라지는지를 구체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연봉, 업무량, 책임, 권한, 근무시간, 평가 방식, 향후 커리어까지 살펴본 뒤 자신의 목표와 맞는지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결국 언보싱은 승진을 거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넘어, 직장에서 성공한다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변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팀장이 되는 것이 커리어의 목표일 수 있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지금 하는 일을 더 잘하는 것이 목표일 수 있습니다.

직급이 올라가는 것만이 커리어의 성장을 의미하는 시대에서, 자신에게 맞는 일을 오래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는 시대로 직장문화가 조금씩 바뀌고 있는 셈입니다.

참고 뉴스 : https://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410300911000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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