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 시간, 생산(형식), 세부적인 것들, 서사(사건들), 사람 그리고 커뮤니티
워크샵의 사이트는 파주시 광탕면 발랑리에 있는 발랑저수지 일대이다. 우리는 도시와는 다른 지역의 풍경 속에서 다른(느린) 시간을 경험할 것이다. 서핑에 딱 맞는 파도를 기다리는 것, 물고기가 미끼 물기를 기다리는 것, 원하는 새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것들은 인간이 자연 속에서 시간에 대응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우리는 도시에서 매우 가깝고 매우 먼 마을에서 사물들을 깊이 있게 들여다 보고, 시간을 뚜렷하게 인식할 것이다.
우리는 이미 존재하는 사이트나 조건 하에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워크샵 지역 일대를 조사하여 사이트를 찾고 새로운 조건을 발견하여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록하고 생산할 것이다. 사이트와 스튜디오, 오브젝트와 사이트 사이에 거리는 없다. 생산의 형식은 개인적 또는 집단적이다. 시간과 지역에서 발굴한 재료를 통해 생산한다.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기 위한 빠른 ‘일회성’ 개입을 지양한다. 지속적이고 점진적인 변화 과정을 이해하고 표현하기 위한 건축적 사고를 요구한다.
세부적인 것들로 매핑한 풍경, 사이트에서 발굴한 재료로 만든 물건(objet), 워크샵 기간에 대한 서술, 일과기록, 일기 등을 통해 사이트를 기록하고 이해할 것이다. 지도의 새로운 지도(mapping), 일기 속의 새로운 이야기, 사물의 결합에 따른 새로운 사물들(bricolage) 그 결과물이다.
우리는 지역에서 가능한 적정 생산 형식과 인간과 자연의 물질대사로서 노동을 사유하는 개인들 그리고 커뮤니티를 만들고자 한다. 사물들과 기록은 사이트에 남고 한여름 낮과 밤의 사건(서사)의 기억을 갖고 우리는 도시로 회귀한다.
- 일시 : 2023. 8. 16 ~ 8. 21
- 장소 : 파주 광탄면 발랑저수지
- Program Director : 손영진(오아제건축사사무소), 박은주(성균관대학교), 오승준(어라운드소셜)
일정
8.16 _ Workshop Orientation & Brief 설명_오승준, Workshop Lecture_이재원
8.17 _ 발랑저수지, Site 답사, 개별 Site 선정 및 Surveying
8.18 _ 장욱진 미술관 답사, 장비사용 Workshop_구민서, Site Surveying & Object Brainstoming
8.19 _ Object Making, 개별작업
8.20 _ Object Making, 개별작업, Presentation 준비
8.21 _ 전시 및 크리틱
Work
Memory Terarium
김소정
이번 workshop에 참여하기 전부터 이 프로그램을 참여함으로써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많은 고민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무언가를 찾고 싶었다. 그래서 발랑 저수지에 방문했을 때 최대한 많은 것을 보고 느끼려고 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시간' 이었다.
그래서 이번에 만들어지는 오브젝트는 이곳의 자연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시간을 담을 수 있는 것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생각한 것들을 기록해보면서 시간이 지났을 때 천천히 변할 수 있는 재료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버려진 목재, 커피, 들꽃. 이 재료들로 이곳의 자연을 기록할 수 있는 작은 테라리움을 만들고자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테라리움을 자연이 만들어낸 경사지에 배치했다. 시간이 지나 테라리움에 심어둔 식물들이 자라고 주변 식물들이 원목과 커피 찌꺼기를 거름 삼아 경사지에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Tomb for Architecture
백승찬
사이트를 돌아다녀 보았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베이스 뒤쪽 산에 있던 묘지들이었다.위에 처마를 얹은 동일한 디자인의 묘가 모여있는 거로 보아, 한 가문의 공동 묘임이 추측되었다. 묘지와 인접한 부분에는 콘크리트 블록을 찍어내는 공장이 있었는데, 서로 다른 성격의 공간이 바로 연결되는 데에 큰 괴리감을 느꼈다. 여기서 둘 사이의 연결성을 이어주는 매개체의 필요성을 느꼈다.
공장의 버려진 거푸집들을 보며 사람을 추모하기 위한 묘지는 있는데, 사라진 건물들을 추모하는 무언가는 없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타지마할, 피라미드와 같이 이전의 건축은 사람을 추모하기 위한 도구로 작용했다. 그러나 최근에 들어서, 건축도 일생을 사람과 함께하며 저마다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하나의 인격체로 바라보는 시각도 생기고 있다.이런 건물들이 철거되고 나면, 사진과 설계도 등 자료들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건축물을 느낄 순 있지만, 직접 만지며 경험하는 것보단 못하다고 생각한다.
그 때문에 건물 일부분을 직접 만지며 이를 추모할 수 있는 건축을 위한 묘지를 만들기로 했다.
사이트에 맞게, 전체적인 외관은 인접한 묘지의 디자인을 따왔으며, 옆 공장에서 생산하는 콘크리트를 재료로 사용하였고, 공장에서 생산하는 모듈의 스케일을 줄여 이들을 쌓는 방식으로 표현해 보았다. 보시다시피 이 묘비에는 텍스트가 없다. 일반적으로 사람의 묘지에는 그의 이름과 일생이 텍스트로 적혀있지만, 건축은 텍스트보단 직접 만질 수 있는 텍스쳐를 통해도 소개될 수 있기에, 나무, 벽돌, 타일 등의 텍스쳐를 캐스팅해 직접 만져볼 수 있도록 하였다.
Convertible Hanger
손석영
늦저녁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을 보며 반짝이는 상징적인 오브젝트를 만들고자 했다. 저수지 주변에서 가장 잘 보이는 나무를 선정했고, 나무에 철제 플레이트를 둘러 사이트의 다양한 장소에서 관찰했다. 하지만 면적이 작아 잘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나무에 재료를 두르는 대신 나무에 수직으로 매달아 멀리서도 잘 보이도록 형태를 바꾸었다.
캔틸레버 구조의 두 접점에서 발생하는 돌림힘을 이용해 피스 없이 나무에 고정되도록 고안했다. 마찰력으로 나무에 매달려 있기 때문에 쉽게 구조체의 높이나 각도를 쉽게 조절할 수 있었다. 이런 구조체를 만들고 보니 상징적 오브젝트로 사용하기보다는 기능적인 가능성이 더 뚜렷해 보였다. 그래서 나무에 장착했을시 상판이 평행하도록 수정하였고 오브젝트의 높이에 따라 의자, 밥상, 키높이 책상, 천장 등 다양한 용도를 부여하였다. 응용 방법에 따라 새집, 고양이집이나 계단 등 가구 이외의 용도로 쓰일 수 있으며 나무에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고 수정, 철거가 가능하다.
Difference in perspective
송혜린
관점의 차이를 조형물로 형상화하고자 했다.
저수지의 첫인상은 시야가 탁 트여 있어 어디서 보아도 비슷한 풍경이 나오고 정적이어서 심심하다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를 오승준 교수님께 했더니 교수님께서는 여기가 변화하는 과정을 수십 년 동안 봐 와서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고 하셨고, 이 대화에서 관점의 차이가 흥미롭게 여겨져 특정 각도에서만 그림이 보이는 조형물을 만들게 되었다. 지나가면서 이 나무를 보면 그저 평범한 나무이지만 오래 관찰하다 보면 새로운 모습이 보이는 것이다. 마치 며칠 저수지에 머무르고 떠난 나와 오랜 시간을 여기서 보낸 교수님의 저수지에 대한 감상의 차이처럼 말이다.
저수지를 돌아보며 처음엔 죽은 물고기의 사체를 발견했고, 무엇을 만들지 고민하며 베이스캠프에서 저수지를 바라보면서는 수면 위로 뛰어오르는 물고기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런 두 모습의 대비가 재미있다고 생각되어 오브제는 물고기로 하였고,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하여 생생히 살아있는 물고기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죽어가는 모습을 그려내었다. 바람이 불거나 나무가 썩어 떨어질 수록 굵은 뼈대만 남아 물고기의 원형은 점점 사라지고, 이는 곧 물고기의 죽음으로 이어진다.
Ball
윤가영
발랑 저수지에 처음 도착하여 눈에 띈 것은 흙 위에 올려져 있던 선풍기이다. 자연 위에 인공물 하나가 떡하니 올려져 있는 것이 이질적이지만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이트를 정하기 위해 뒷산을 한 바퀴 돌 때, 사다리, 소화기, 치약 등의 인공물들을 발견했다. 이것들을 보며 자연 위에 인공의 무언가를 올려 놓으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그 인공물이 바람 등의 외부요소에 따라 위치가 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는데, 산에 올라갔다가 본 데구르르 구르는 도토리의 모습이 생각나서 그 모양을 따라 공을 만들었다. 인공물과 함께 있는 공은 별다른 존재감을 띄지 않지만 자연과 함께하는 순간은 이 공이 주인공이 된다.
베이스캠프에 들어오자마자 보이는 나무에 공을 배치함으로써 처음 온 사람들이 공이 이 집의 소유임을 무의식적으로 인식하도록 하고, 주변 곳곳에도 배치하여 찾아다니는 재미를 준다. 공은 낡으면 쉽게 새 것으로 교체할 수 있고, 다 모은 공은 집으로 가져와 보물찾기놀이를 하는 등의 다양한 놀이도 가능하다.
Contrast
이지원
사이트 주변을 답사하며 많은 인공물들이 관리되지 않고 자연에 덮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댐과 전봇대는 표면이 안보일 정도로 수풀에 덮여 있었고, 무덤 위에는 잡초와 야생화들이 무성 히 피어 있었다.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이런 모습들을 보고 지저분하다고 느끼기는 커녕 인공물을 포용하는 자연의 관대함을 느꼈다. 분 위의 다양한 야생화는 비어 있는 꽃병을 대신해 무덤을 꾸며주는 것 같았다. 시멘트 길 틈 사이에 피어난 작은 새싹은 포용을 시작하는 첫걸음을 본 것 같아 조심스럽게 피해갔다. 이러한 모습들을 이번 워크샵 기간에 오브제로 표현하고 싶었다.
두 개의 동일한 쌍둥이 조형물을 만들어 하나는 콘크리트 단 위에 올려놓고, 다른 하나는 그 밑의 땅 위에 올려 두었다. 콘크리트 단 밑의 땅은 그 동안 사람들의 발길로 식물이 자라지 못하고 있다. 이제 오브제가 베리어 역할을 하여 사람의 접근을 막아 새로운 자연이 피어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단 위의 조형물에는 죽은 식물들로 감싸서 인공물에 의해 파괴된 자연을 나타내었다. 시간이 지나 단 위의 조형물에서 식물이(자연이) 썩어가는 모습과 땅 위의 조형물에서 새로운 자연이 피어나는 모습이 대비를 이루는 장면을 보여주고 싶다.
Door
조은서
산이나 바다는 많이 가지만 저수지는 접하기 쉽지 않다. 발랑저수지를 가는 길은 갑자기 주변이 환해지면서 발랑저수지가 보인다. 이것이 나의 발랑저수지의 첫 인상이었다.
난 이곳에 왔을때 어떠한 문을 지나서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곳에 문을 만들어서 사람들과 장소나 풍경을 공유하면 어떨까 싶었다.우리에게 문은 한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연결을 시켜준다. 발랑에서 보았던 인상깊은 장소나 풍경을 볼 수 있는 장소에 문을 둔다면 우리는 그 곳을 또 다른 공간으로 인지하며 그 공간으로 들어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것이다.
이 사람들은 발랑의 인상 깊은 풍경이나 다른 사람들에게도 소개하고싶은 풍경을 볼 수 있는 장소로 문을 이동시킬 수 있다. 이렇게 사람들 간의 발랑의 풍경을 볼 수 있는 공간을 공유할 수 있다.
문의 큰 프레임은 한 풍경을 사진의 액자 틀 처럼 풍경의 범위를 알려주며 흰색 천막은 발랑으로 왔을때의 나무 사이에 가려져있다가 빛이 들어오면서 환하게 보이는 발랑저수지의 첫 인상을 상기시켜 줄 수 있으며 또한 내가 보고싶은 만큼을 보게 해주는 가림막도 해준다, 그리고 이 천막을 통해 궁금증을 유발시킬 수 있다. 회전하는 문은 여러 각도에서도 볼 수 있게 하였으며 또한 발랑과 그 풍경사이에 내가 포함되게 해줄 수 있는 문이 되기도 한다.
Acorn Storage
조채원
우리는 은연중에 우리의 건축이 영원할 거라고 생각하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를 맞이하게 되고 결국에는 없어지게 될 것이다. 건물은 태생부터 파괴에 이르기까지 사람의 손길을 거치는 일련의 과정을 겪는다.
나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없어지는, 혹은 없어져도 되는 무언가를 만들고자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연의 재료가 필요했다. 발랑저수지 근방을 돌아다니면서 발견한 풀과 나무들을 이용해서 도토리를 담을 수 있는 오브제를 만들었다.
다람쥐나 새들이 오브제에 있는 도토리를 가져갈 수도, 가져다 놓을 수도, 바람과 비에 의해 파괴될 수도, 혹은 땅에 떨어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자연의 재료로 만든 오브제는 사람의 손길 없이도 자연스럽게 자연으로 돌아갈 것이다.
Conclusion
word
장소, 시간, 생산(형식), 세부적인 것들, 서사(사건들), 사람 그리고 커뮤니티
워크샵의 사이트는 파주시 광탕면 발랑리에 있는 발랑저수지 일대이다. 우리는 도시와는 다른 지역의 풍경 속에서 다른(느린) 시간을 경험할 것이다. 서핑에 딱 맞는 파도를 기다리는 것, 물고기가 미끼 물기를 기다리는 것, 원하는 새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것들은 인간이 자연 속에서 시간에 대응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우리는 도시에서 매우 가깝고 매우 먼 마을에서 사물들을 깊이 있게 들여다 보고, 시간을 뚜렷하게 인식할 것이다.
우리는 이미 존재하는 사이트나 조건 하에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워크샵 지역 일대를 조사하여 사이트를 찾고 새로운 조건을 발견하여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록하고 생산할 것이다. 사이트와 스튜디오, 오브젝트와 사이트 사이에 거리는 없다. 생산의 형식은 개인적 또는 집단적이다. 시간과 지역에서 발굴한 재료를 통해 생산한다.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기 위한 빠른 ‘일회성’ 개입을 지양한다. 지속적이고 점진적인 변화 과정을 이해하고 표현하기 위한 건축적 사고를 요구한다.
세부적인 것들로 매핑한 풍경, 사이트에서 발굴한 재료로 만든 물건(objet), 워크샵 기간에 대한 서술, 일과기록, 일기 등을 통해 사이트를 기록하고 이해할 것이다. 지도의 새로운 지도(mapping), 일기 속의 새로운 이야기, 사물의 결합에 따른 새로운 사물들(bricolage) 그 결과물이다.
우리는 지역에서 가능한 적정 생산 형식과 인간과 자연의 물질대사로서 노동을 사유하는 개인들 그리고 커뮤니티를 만들고자 한다. 사물들과 기록은 사이트에 남고 한여름 낮과 밤의 사건(서사)의 기억을 갖고 우리는 도시로 회귀한다.
일정
8.16 _ Workshop Orientation & Brief 설명_오승준, Workshop Lecture_이재원
8.17 _ 발랑저수지, Site 답사, 개별 Site 선정 및 Surveying
8.18 _ 장욱진 미술관 답사, 장비사용 Workshop_구민서, Site Surveying & Object Brainstoming
8.19 _ Object Making, 개별작업
8.20 _ Object Making, 개별작업, Presentation 준비
8.21 _ 전시 및 크리틱
Work
Memory Terarium
김소정
이번 workshop에 참여하기 전부터 이 프로그램을 참여함으로써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많은 고민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무언가를 찾고 싶었다. 그래서 발랑 저수지에 방문했을 때 최대한 많은 것을 보고 느끼려고 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시간' 이었다.
그래서 이번에 만들어지는 오브젝트는 이곳의 자연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시간을 담을 수 있는 것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생각한 것들을 기록해보면서 시간이 지났을 때 천천히 변할 수 있는 재료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버려진 목재, 커피, 들꽃. 이 재료들로 이곳의 자연을 기록할 수 있는 작은 테라리움을 만들고자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테라리움을 자연이 만들어낸 경사지에 배치했다. 시간이 지나 테라리움에 심어둔 식물들이 자라고 주변 식물들이 원목과 커피 찌꺼기를 거름 삼아 경사지에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Tomb for Architecture
백승찬
사이트를 돌아다녀 보았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베이스 뒤쪽 산에 있던 묘지들이었다.위에 처마를 얹은 동일한 디자인의 묘가 모여있는 거로 보아, 한 가문의 공동 묘임이 추측되었다. 묘지와 인접한 부분에는 콘크리트 블록을 찍어내는 공장이 있었는데, 서로 다른 성격의 공간이 바로 연결되는 데에 큰 괴리감을 느꼈다. 여기서 둘 사이의 연결성을 이어주는 매개체의 필요성을 느꼈다.
공장의 버려진 거푸집들을 보며 사람을 추모하기 위한 묘지는 있는데, 사라진 건물들을 추모하는 무언가는 없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타지마할, 피라미드와 같이 이전의 건축은 사람을 추모하기 위한 도구로 작용했다. 그러나 최근에 들어서, 건축도 일생을 사람과 함께하며 저마다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하나의 인격체로 바라보는 시각도 생기고 있다.이런 건물들이 철거되고 나면, 사진과 설계도 등 자료들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건축물을 느낄 순 있지만, 직접 만지며 경험하는 것보단 못하다고 생각한다.
그 때문에 건물 일부분을 직접 만지며 이를 추모할 수 있는 건축을 위한 묘지를 만들기로 했다.
사이트에 맞게, 전체적인 외관은 인접한 묘지의 디자인을 따왔으며, 옆 공장에서 생산하는 콘크리트를 재료로 사용하였고, 공장에서 생산하는 모듈의 스케일을 줄여 이들을 쌓는 방식으로 표현해 보았다. 보시다시피 이 묘비에는 텍스트가 없다. 일반적으로 사람의 묘지에는 그의 이름과 일생이 텍스트로 적혀있지만, 건축은 텍스트보단 직접 만질 수 있는 텍스쳐를 통해도 소개될 수 있기에, 나무, 벽돌, 타일 등의 텍스쳐를 캐스팅해 직접 만져볼 수 있도록 하였다.
Convertible Hanger
손석영
늦저녁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을 보며 반짝이는 상징적인 오브젝트를 만들고자 했다. 저수지 주변에서 가장 잘 보이는 나무를 선정했고, 나무에 철제 플레이트를 둘러 사이트의 다양한 장소에서 관찰했다. 하지만 면적이 작아 잘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나무에 재료를 두르는 대신 나무에 수직으로 매달아 멀리서도 잘 보이도록 형태를 바꾸었다.
캔틸레버 구조의 두 접점에서 발생하는 돌림힘을 이용해 피스 없이 나무에 고정되도록 고안했다. 마찰력으로 나무에 매달려 있기 때문에 쉽게 구조체의 높이나 각도를 쉽게 조절할 수 있었다. 이런 구조체를 만들고 보니 상징적 오브젝트로 사용하기보다는 기능적인 가능성이 더 뚜렷해 보였다. 그래서 나무에 장착했을시 상판이 평행하도록 수정하였고 오브젝트의 높이에 따라 의자, 밥상, 키높이 책상, 천장 등 다양한 용도를 부여하였다. 응용 방법에 따라 새집, 고양이집이나 계단 등 가구 이외의 용도로 쓰일 수 있으며 나무에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고 수정, 철거가 가능하다.
Difference in perspective
송혜린
관점의 차이를 조형물로 형상화하고자 했다.
저수지의 첫인상은 시야가 탁 트여 있어 어디서 보아도 비슷한 풍경이 나오고 정적이어서 심심하다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를 오승준 교수님께 했더니 교수님께서는 여기가 변화하는 과정을 수십 년 동안 봐 와서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고 하셨고, 이 대화에서 관점의 차이가 흥미롭게 여겨져 특정 각도에서만 그림이 보이는 조형물을 만들게 되었다. 지나가면서 이 나무를 보면 그저 평범한 나무이지만 오래 관찰하다 보면 새로운 모습이 보이는 것이다. 마치 며칠 저수지에 머무르고 떠난 나와 오랜 시간을 여기서 보낸 교수님의 저수지에 대한 감상의 차이처럼 말이다.
저수지를 돌아보며 처음엔 죽은 물고기의 사체를 발견했고, 무엇을 만들지 고민하며 베이스캠프에서 저수지를 바라보면서는 수면 위로 뛰어오르는 물고기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런 두 모습의 대비가 재미있다고 생각되어 오브제는 물고기로 하였고,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하여 생생히 살아있는 물고기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죽어가는 모습을 그려내었다. 바람이 불거나 나무가 썩어 떨어질 수록 굵은 뼈대만 남아 물고기의 원형은 점점 사라지고, 이는 곧 물고기의 죽음으로 이어진다.
Ball
윤가영
발랑 저수지에 처음 도착하여 눈에 띈 것은 흙 위에 올려져 있던 선풍기이다. 자연 위에 인공물 하나가 떡하니 올려져 있는 것이 이질적이지만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이트를 정하기 위해 뒷산을 한 바퀴 돌 때, 사다리, 소화기, 치약 등의 인공물들을 발견했다. 이것들을 보며 자연 위에 인공의 무언가를 올려 놓으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그 인공물이 바람 등의 외부요소에 따라 위치가 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는데, 산에 올라갔다가 본 데구르르 구르는 도토리의 모습이 생각나서 그 모양을 따라 공을 만들었다. 인공물과 함께 있는 공은 별다른 존재감을 띄지 않지만 자연과 함께하는 순간은 이 공이 주인공이 된다.
베이스캠프에 들어오자마자 보이는 나무에 공을 배치함으로써 처음 온 사람들이 공이 이 집의 소유임을 무의식적으로 인식하도록 하고, 주변 곳곳에도 배치하여 찾아다니는 재미를 준다. 공은 낡으면 쉽게 새 것으로 교체할 수 있고, 다 모은 공은 집으로 가져와 보물찾기놀이를 하는 등의 다양한 놀이도 가능하다.
Contrast
이지원
사이트 주변을 답사하며 많은 인공물들이 관리되지 않고 자연에 덮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댐과 전봇대는 표면이 안보일 정도로 수풀에 덮여 있었고, 무덤 위에는 잡초와 야생화들이 무성 히 피어 있었다.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이런 모습들을 보고 지저분하다고 느끼기는 커녕 인공물을 포용하는 자연의 관대함을 느꼈다. 분 위의 다양한 야생화는 비어 있는 꽃병을 대신해 무덤을 꾸며주는 것 같았다. 시멘트 길 틈 사이에 피어난 작은 새싹은 포용을 시작하는 첫걸음을 본 것 같아 조심스럽게 피해갔다. 이러한 모습들을 이번 워크샵 기간에 오브제로 표현하고 싶었다.
두 개의 동일한 쌍둥이 조형물을 만들어 하나는 콘크리트 단 위에 올려놓고, 다른 하나는 그 밑의 땅 위에 올려 두었다. 콘크리트 단 밑의 땅은 그 동안 사람들의 발길로 식물이 자라지 못하고 있다. 이제 오브제가 베리어 역할을 하여 사람의 접근을 막아 새로운 자연이 피어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단 위의 조형물에는 죽은 식물들로 감싸서 인공물에 의해 파괴된 자연을 나타내었다. 시간이 지나 단 위의 조형물에서 식물이(자연이) 썩어가는 모습과 땅 위의 조형물에서 새로운 자연이 피어나는 모습이 대비를 이루는 장면을 보여주고 싶다.
Door
조은서
산이나 바다는 많이 가지만 저수지는 접하기 쉽지 않다. 발랑저수지를 가는 길은 갑자기 주변이 환해지면서 발랑저수지가 보인다. 이것이 나의 발랑저수지의 첫 인상이었다.
난 이곳에 왔을때 어떠한 문을 지나서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곳에 문을 만들어서 사람들과 장소나 풍경을 공유하면 어떨까 싶었다.우리에게 문은 한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연결을 시켜준다. 발랑에서 보았던 인상깊은 장소나 풍경을 볼 수 있는 장소에 문을 둔다면 우리는 그 곳을 또 다른 공간으로 인지하며 그 공간으로 들어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것이다.
이 사람들은 발랑의 인상 깊은 풍경이나 다른 사람들에게도 소개하고싶은 풍경을 볼 수 있는 장소로 문을 이동시킬 수 있다. 이렇게 사람들 간의 발랑의 풍경을 볼 수 있는 공간을 공유할 수 있다.
문의 큰 프레임은 한 풍경을 사진의 액자 틀 처럼 풍경의 범위를 알려주며 흰색 천막은 발랑으로 왔을때의 나무 사이에 가려져있다가 빛이 들어오면서 환하게 보이는 발랑저수지의 첫 인상을 상기시켜 줄 수 있으며 또한 내가 보고싶은 만큼을 보게 해주는 가림막도 해준다, 그리고 이 천막을 통해 궁금증을 유발시킬 수 있다. 회전하는 문은 여러 각도에서도 볼 수 있게 하였으며 또한 발랑과 그 풍경사이에 내가 포함되게 해줄 수 있는 문이 되기도 한다.
Acorn Storage
조채원
우리는 은연중에 우리의 건축이 영원할 거라고 생각하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를 맞이하게 되고 결국에는 없어지게 될 것이다. 건물은 태생부터 파괴에 이르기까지 사람의 손길을 거치는 일련의 과정을 겪는다.
나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없어지는, 혹은 없어져도 되는 무언가를 만들고자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연의 재료가 필요했다. 발랑저수지 근방을 돌아다니면서 발견한 풀과 나무들을 이용해서 도토리를 담을 수 있는 오브제를 만들었다.
다람쥐나 새들이 오브제에 있는 도토리를 가져갈 수도, 가져다 놓을 수도, 바람과 비에 의해 파괴될 수도, 혹은 땅에 떨어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자연의 재료로 만든 오브제는 사람의 손길 없이도 자연스럽게 자연으로 돌아갈 것이다.
Conclusion
word